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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보내며

토요일은 세인트 패트릭 날.
그러나 노는 날이라고 게을리 하기에는 내가 짊어진 짐이 너무 많아 결국 일하려고 사무실에 나갔다.
버스 타고 사무실 가는 길에 본 시카고 강은 그야말로 선명한 초록색이었다.
세인트 패트릭 날은 아일랜드 경축일인데, 아일랜드 사람들의 전통색에 따라 사람들이 초록색 옷을 입고 아침부터 나와서 강을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주말 내내 술을 마시며 논다.
도대체 저 강은 무엇으로 물을 들이는 것일까?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나 초록색 강이 그리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토요일은 또한 "천상천하유아독존세계제일소심여제" SY 선생님의 생일파티가 있던 날.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시간에 맞춰 Coco Pazzo Cafe라는 이태리 식당으로 갔다.
모처럼만에 모이는 회사 한국인 모임.
물론 평소에 다들 연락하며 지내니까 반갑거나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과 함께 하면 언제나 즐겁다.
모두들 참으로 할 얘기들 많으시고...
평생 처음 토끼고기라는 것을 먹어봤다.
안 먹어본 것에 대한 호기심과 정열은 항상 있기에 과감하게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그리 추천할 만한 음식은 아닌 것 같다.
(닭고기라고 하기에는 좀 노린네가 많이 났다고 해야 할까. 사슴고기가 차라리 더 맛있었던 듯...)




식사 후 다음 코스는 오랜만에 가보는 노래방.
시카고에서 좋은 노래방 찾기는 불가능이고, 그나마 자주 가는 Cozy에 갔다.
오랜만에 불러보는 노래는 좋건만 이제는 목청이 따라주지 않는구나.
부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목은 쉬어 갈라지는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 질러대니 결국 오늘도 집에 돌아오며 후회했다.
또 추한 모습 보였구나...




일요일은 역시 업무를 주로 하되 간간히 설겆이와 빨래와 다림질 해주시고...
마님과 수공주 없는 주말은 참으로 우울하고 재미없다.
일요일 저녁 무렵이면 끝나가는 주말에 더욱 더 우울해진다.
사실 이번 주말은 일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주말 같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기분 전환을 위하여 시카고에서 그나마 설렁탕을 최고로 잘 한다는 '한밭설렁탕' 가서 저녁 먹고 시카고 부근에 유일한 한국 목욕탕인 '파라다이스 사우나'로 갔다.
뜨거운 물과 한증탕에 들어앉아 피로나 좀 풀자 생각하고 간 것이다.
한 시간 남짓 한증탕에 들어누워서 퍼져있는데...





갑자기 들이닥치신 한무리의 게이 아저씨들...
헉...
충격이었다.
무슨 동호회도 아니고 갑자기들 오셔서는, 목욕탕에서 뜨거운 애정들을 과시하시는데...
한증탕에서 서로 뜨거운 "행위"들을 선보이시는가 하면, 때밀이 평상에 눞혀놓고 정성스레 비누칠 (사실은 "애무"라고 해야 더 적합한 듯) 해주시는 등 서로들 참으로 무척이나 친하시더만...
한분은 나를 보는 그윽한 눈빛이 장난이 아니었고, 심지어  어떤 분은 나보고 "때 밀어 주랴?" 하고 물어보시는데 순간 오싹...
평소에 게이분들한테 반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이시는 이 분들을 처음으로 보니 왠지 어색하고 민망했던 것이 서둘러 씻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사실은...
진짜로 무서웠단 말이다!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를 않는다.
물론 서로 사랑하고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곳은 공공장소(!)란 말이다.
어서 씻고 자야겠다.
오늘 본 광경들을 어서 빨리 머리에서 지워내야겠다.

by 홍기맨 | 2008/03/17 15:13 | 트랙백 | 덧글(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