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08일
다국적팀
그런데 현재 우리 감사팀이 좀 재미있다.
우선 파트너 선생. 캐나다 시민이며 일본에서 오랜 기간 체류했다. 물론 생긴 건 완전 백인이지만 의외로 아시아 문화에 강하다. 애가 둘인데 둘 다 일본어에 능통하단다. 내 자동차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시어 현대자동차에 관한 자신의 지식을 항상 뽐내려 한다.
매니저는 더 재미있다. 아버지가 네덜란드 사람에 어머니는 일본인이란다. 덕분에 네덜란드 국민이지만 일본어를 기똥차게 잘 한다. 물론 영어 또한 네이티브다. 일본에서 자라서 비단 일본어 구사 뿐만 아니라 사실 상 정신상태는 일본 사람이다. 하지만 생긴 건 완전 백인이다. (백인 중에서도 꽃미남이다.) 와이프 또한 일본계 혼혈이란다.
나야 뭐 말할 것도 없이 자랑스런 한국인. 그런데 나도 역시 다국어 구사 가능이니 팀의 다른 멤버들에 꿀릴 건 없다.
스탭들 또한 가관이다.
우선 항상 명랑 발랄한 클라우디아양. 멕시코 아가씨이다. 물론 스페인어 무지하게 잘 하신다. 영어는 좀 딸린다. 그래도 의사소통에 별 문제는 없다. 다만 조서 작성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 아가씨는 도통 문장에 점을 안 찍는다. 왠만하면 다 쉼표 아니면 그냥 이어 적는다. 덕분에 조서 내용 읽다보면 숨이 찬다.
루미양은 일본 아가씨이다. 그런데 하와이에서 대학교를 다녔단다. 남편이 하와이 사람이다. 따라서 성이 하와이계 성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일본 성하고 구별이 안된다. 영주권 소지자. 그러나 국적은 여전히 일본이다. 일본인 유학파 치고는 드물게 영어 자유자재 구사다. 하긴 안그러면 부부 간에 의사소통이 힘들겠지...
요시는 막내 스탭인데 일본 국적 유학파이다. 학창 시절 럭비 선수였다니 과연 엄청난 체구를 자랑하신다. 그리고 일본 모 재벌집 둘째 아들이란다. 미국에서 좀 경험 쌓은 후 돌아가서 가업을 이어받아야 한단다.
그러고보니 우리 팀에 미국 시민은 한 사람도 없다. 다들 모이면 서툰 영어 꽤 나온다. 그래도 다들 개의치 않는다. 일본계 회사인 client 회사에 오히려 일본 사람은 커녕 외국사람이 거의 없다. 다 미국 사람들이다. 왠지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이 난다. 어쨌거나 다국적팀 이끌고 일을 하는 나는 요즘 심신은 피곤해도 나름대로 재미를 느끼고 있다.
# by | 2008/04/08 12:03 | About 'A' | 트랙백 | 덧글(13)
2008년 02월 28일
외감법 개정안 통과
현행법 하에서는 어떤 경우든 회계법인이 부실감사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을 통하여 기관투자자 중 은행, 보험사, 상호저축은행 등이 부실감사를 사유로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 한하여 원고에 해당하는 은행, 보험사, 상호저축은행 등이 회계법인의 부실감사를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기관투자자 중에서도 증권회사, 자산운용사 등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그리고 일반회사 또는 개인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피고에 해당하는 회계법인이 계속 입증책임을 지게 된다.
이에 관하여 서울경제신문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렸다.
>> 서울경제 2008년 2월 27일 "부실감사 이어져 투자자피해 불보듯"
내가 위 기사를 보면서 가장 "속상하고 억울"했던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은 “회계법인은 언제든지 피감사 기업에 대한 회계자료 제출요구권이나 재산상태 조사권 등 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 데 반해 기관투자가는 오로지 감사보고서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감사인처럼 회계감사 권한이 없는 투자자에게 부실 입증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선 가장 먼저 소위 "회계자료 제출요구권이나 재산상태 조사권"이 어느 법률에 의해서 회계사 내지 회계법인의 권한으로 규정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만약 그러한 권한을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에게 부여하는 실제로 법률이 존재한다면 제발, 제발 알려줬으면 좋겠다. 만약 그러한 법률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만약 그러한 권한이 실제로 회계사에게 있다면, 회계사가 회계감사를 하면서 실제로 매일같이 하고 있는 아래와 같은 대사를 읊조리지 않아도 될 것이니까.
"안녕하세요, 모모모 과장님. 모모회계법인의 모모모 회계사입니다. 격무에 바쁘신 중에 이러한 요청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저희가 회계감사를 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자료이므로 금년 매출액에 대한 거래증빙을 조금만 시간을 내주시어 보여주시면 정말로,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 오늘은 시간이 안 되신다구요? 그러면 언제쯤...? 아, 이번 금요일에 조금 짬을 내보시도록 하시겠다구요? 아이구, 이거 정말 감사합니다. 최대한 번거롭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기관투자자는 오로지 감사보고서만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또 무슨 이야기인가? 회계법인 등 감사인에게는 전혀 협조적이지 않으면서도 은행이나 보험사 등 대출, 투자기관 등이 요구하는 자료는 즉각 즉각 갖다 바치는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주로 은행을 위시한 금융기관 감사를 주로 해왔었는데, 감사를 하다보면 은행 등의 금융기관들이 차주나 피투자회사 등에 대하여 얼마나 풍부하고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깜짝 놀라곤 한다. 만약 실제로 그 차주 또는 피투자회사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하면서 그런 자료들에 접근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회계감사를 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면서 부러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소위 '전문가' 집단 중 전문행위를 부실하게 행한 혐의를 받는 경우 그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는 집단은 눈 씻고 찾아봐도 회계사 집단 밖에 없다. 변호사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의사들도 부실의료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도 그런 것이, 민법 및 상법 상 기본정신은 잘못을 주장하는 이가 그 입증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회계사 집단은 그 행위로 인한 효과가 공적인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피고로서 입증책임을 지도록 특별히 만든 것이며 이러한 책임은 물론 수긍이 간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특별한 책임을 지우려면 특별한 권한도 부여하여야 한다. 실제로 권한은 없으면서 책임만 지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위 기사 중 다음 부분을 보면서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또 허위ㆍ부실 회계로 투자 피해를 업어 손해배상 소송을 하더라도 입증책임이 원고(투자자)에게 있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 뻔하다. 따라서 사후에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회계법인의 부실회계에 대한 제재가 전무하거나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회계법인의 민사 책임 완화는 회계시장 전반의 신뢰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갑자기 부실감사에 대한 입증책임을 이야기하다가 부실회계에 관한 입증책임 및 제재에 관한 이야기로 슬쩍 넘어간다. 만약 기자가 조금이라도 회계환경 및 회계감사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었다면, 아니 이 기사에서 그렇듯 자주 언급하는 "감사보고서"라는 것을 한번이라도 찬찬히 읽어보았다면, 위와 같은 문구는 감히 쓸 수 없었을 것이다.
회계사와 회계법인은 "회계를 하는 자"가 아니다. 회계라는 것은 회사 또는 기타 실체의 재산상태 및 변동, 경제활동 등을 수치화하여 기록하고 표현하는 것인데, 회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회사 또는 기타 실체 등 (실제로는 회사의 경영자 등)에 있다. 즉 회계사 내지 회계법인이 다른 회사의 회계를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닌 것이다.
회계사와 회계법인은 "회계감사"를 한다. "회계"와 "회계감사"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회계감사는 누군가가 자기 책임 하에 한 회계를 감사하는 것이다. 즉, 회계처리가 제대로 돼 있는지 보는 것이다. 회계사와 회계법인이 책임을 지는 부분은 바로 이 회계감사 부분이다. 감사보고서라는 것을 보면 명확히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은 회사 경영자에게 있으며 본 감사인의 책임은 동 재무제표에 대하여 감사를 실시하고 이를 근거로 이 재무제표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위 기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만약 누군가가 허위 또는 부실 회계로 인한 손해배상을 회계법인에 가서 찾는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것이다. "회계법인의 부실회계에 대한 제재가 전무하거나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것도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책임질 분야도 아닌데 그에 대해 제재를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내가 쓰는 이 포스트가 회계사 집단의 일원으로서 말장난을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어떤 회사의 경영자가 분식회계를 행하고 이를 도저히 상식적인 방법과 기법으로는 포착할 수 없도록 꽁꽁 숨겨놓은 경우, 이를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회계법인에게 부실감사 혐의를 주고 그 입증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만약 회계사 내지 회계법인에게 의도적으로 숨긴 것을 추적하고 발견해낼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주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회계사에게 계좌추적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위 기사에서 말하는 회계자료 제출요구권, 재산상태 조사권 등을 법적으로 보장해준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응당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손전등은 커녕, 양초 한자루도 주지 않으면서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쌓여있는 잡동사니 중 숨겨놓은 동전을 찾아내라고 요구하고, 만약 찾아내지 못할 경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찾았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요구할 바에는 차라리 점쟁이를 데려다 쓰라고 말하고 싶다.
기사에는 외감법 개정안과 함께 통과된 증권거래법 개정안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기에 이에 대해서도 몇 자 적으려 했으나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 그냥 좀 서럽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것이 내 현재 심정이다.
* 본 포스트에 인용된 기사의 저작권은 (주)서울경제신문 및 (주)인터넷한국일보에 있습니다.
# by | 2008/02/28 16:16 | About 'A' | 트랙백(1) | 덧글(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