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정정 및 횡설수설

짤방

 저 밑에 "짤방"이란 제목으로 글을 쓴 후 짤방 사진들을 아무 생각없이 막 올린 이후, 그 다음날 블로그 통계 방문자 수를 확인하다가 경악하여 기절할 뻔 했다. 평소에는 아무리 많이 찾아주셔봤자 하루에 방문자 수 15명을 넘지 못하던 것이 단 하루동안 무려 130여명이 찾아주신 것이다. 덕분에 블로그 시작 이후 힘겹게 힘겹게 수공주가 외출 전 신발 신듯이 쌓아왔던 누적방문자 수의 반절 정도나 되는 방문자 수가 단 하루만에 간단하게 더해지고 말았던 것이다.

 애써 찾아주신 분들에게는 진심으로 감사드리지만, 그래도 왠지 허탈하고 찝찝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의를 가지고 문장을 다듬으며 머리털을 쥐어 뜯으며 올렸던 포스트들에 비해서 짤방 글은 그야말로 심심풀이로 10분도 채 안 걸려서 올려버린 포스트였던 것이란 말이다. 역시나 방문자 수를 올리려면, 내 허영심을 채우려면, 수많은 덧글이 달리면서 소문 난 블로그가 되려면 포퓰러리즘에 입각해서 검색순위에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주제에 집중하여 포스트를 올려야만 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글루스든, 티스토리든, 네이버든 여기저기 블로그들을 둘러보다 보면 솔직담백하면서 진솔한 이야기들로 인기 많은 블로그들도 많다. 단순히 웃기기만 한 그림이나 글이라든지, 정치가들이나 경제인들보다 더 공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가십거리 등으로 도배된 블로그들보다는, 진실되고 한결같으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블로그들이 더 기분좋게 다가오고 부럽고 질투난다.

 사실 방문자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내 자신의 만족과 욕구충족을 위해 블로그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더냐. 갑작스런 방문자 수 증가에 흥분한 마음과 스르르 고개를 쳐든 허영심을 겸허하게 반성하고 다잡아본다.

 밑에 "짤방" 포스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한가지 정정사항을 기록해 두자. 자체적인 인터넷 검색 및 분석 결과, 가장 마지막으로 포스트된 짤방, 즉 조선일보 리빙 포인트 기사를 발췌한 것은 누군가의 포샵질에 의해서 탄생한 조작물임이 밝혀졌다. 본래 내용은 "튀김요리를 하기 전에 기름에 소금을 떨어뜨려 소리가 나면 160℃ 전후로 크로켓을 튀기기에 알맞은 온도다"였단다. 실제 내용도 아니고 조작된 내용을 수록하여 방문자 수를 뻥튀기를 시켰으니 다시금 부끄러운 자책감에 슬퍼진다.

 사실 조선일보 리빙 포인트를 포샵질한 사진이 꽤 많이 나돌아다니는데, 그 촉매제가 됐던 것은 실제로 기사화됐었던 "[리빙 포인트] 차가운 맥주가 없을 땐 - 급한 상황에 차갑게 해 놓은 맥주가 없을 땐 맥주에 얼음을 넣어 마시면 좋다"라는 내용을 보고 네티즌들이 뒤집어져 이후로 각종 패러디가 열렬하게 쏟아져나왔다는 것이다.
위 "리빙 포인트"는 실제로 조선일보에서 게재했던 것이다.

 여기서 다시, 조선일보 이야기를 하다보니, 조선일보를 위시한 조·중·동은 우리나라 네티즌들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신나게 얻어터지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조·중·동이 너무 피해자인 것만 같으나 사실 그것은 아니지.) 원인인즉슨, 두 가지를 들 수 있겠는데 첫번째가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요, 두번째가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언론' 하니까 옛날 독일 함부르크 생활 적에 교내 잡지를 만들어냈던 기억이 난다. 어느날 갑자기 하고 싶어져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 셋과 함께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아무런 생각 없이 만들기 시작했었는데, 처음에 시작하게 된 명분은 기존에 발행되고 있던 학교 신문이 선생님들의 검열 하에서 단순한 학교 소식지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었었다. "Vierte Dimension" ("4차원")이라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명칭과 "Unabhängige Schülermagazin" ("독립적인 학생매거진")이라는 어울리지 않게 거창하기만 한 부제를 달고 창간호 100부를 발행하면서 시작됐던 우리 잡지는, 그래도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발행부수가 2,000부에 달하고 기존의 학교 '소식지', 그리고 심지어는 옆 학교의 신문까지 흡수해버리는 성과를 거두며 나름대로 꽤 성공했던 잡지였었다.

 이 잡지를 처음 발행하면서, 그래도 내가 처음으로 제안을 하여 만들게 되었다고 친구들이 나보고 편집장의 자격으로 창간호 머리말을 쓰라고 하기에 거진 하루를 잡아먹으며 낑낑대며 머리말 초안을 써냈었다. 그런데 내 머리말 초안으로 말미암아 잡지 발행에 참여한 친구들 간에 격한 논쟁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작성하였던 머리말 초안에는 앞으로 우리 잡지가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하면서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구절이 들어갔었는데, 이에 친구 중 한 녀석이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하고 나섰던 것이다.

 그 친구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언론은 객관적일 수가 없으며 객관적이어서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언론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객관성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나로서는 이게 왠 자다가 봉창 두드리다 못해 요강 씻어서 찬장에다 갖다 넣는 말인가 하면서 언론이 왜 객관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관해 말하며 물러서지 않고 싸우고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 친구의 승리였다. 그 친구는 나머지 세 친구들을 결국에는 설득하였고 자신의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하였던 것이다. 이후 나의 소위 언론관은 크게 바뀌게 되었다.

 언론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국민의 대변자로서의 기능이다. 그런데 대변자라는 측면에서 일단 객관성이라는 명제는 성립할 수가 없다. 객관적인 입장만을 고수하는 언론이 누구를 대변한다는 것인가. 게다가 국민이란 다양한 의견과 사고를 가진 개인들로 구성된 것이다. 따라서 특정 언론사가 모든 국민의 의견을 빠짐없이 대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측의 의견을 반영하면 다른 측의 의견을 묵살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언론사는 자신이 대변할 층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언론의 객관성은 의미없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때문에 조·중·동을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면에서 비난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내 생각에는 비난의 기준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번째 원인인 '왜곡보도'의 관점에서는 조·중·동이 비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가끔 보면 쟤들이 도대체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그냥 왜곡에서 그치면 모르나 아예 기사를 지어낸다. 아마도 대변자로서의 역할에 너무 충실하다 보니 거짓말까지도 하면서 자신들이 대변하는 층을 옹호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조·중·동만이 유독 비난받을 만한 이유는 아니다. 조·중·동 뿐만 아니라 사실상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사가 왜곡을 하고 거짓말을 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과 개인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꽤 있었던 나는 가끔 기자들이 확실하지도 않은 추측에 근거하여, 또는 잘못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써내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에서 조·중·동 기자들과 다른 언론사 기자들 간의 구분은 없다. 그런데도 잘못된 기사 밑에는 "조·중·동이니까", "역시 조·중·동이야"라는 댓글을 많이 본다. 오타가 있어도 조·중·동이니까 오타가 있단다. 왜곡에 대한 비난의 타당한 이유이긴 하지만 조·중·동만을 비난할 타당한 이유는 아니다.

 내가 조·중·동을 즐겨 보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네들 기사는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재미도 없다. 그러나 내가 이렇듯 조·중·동에 대해서 나름대로 관대한 이유가 있다. 누가 뭐래도 아직은 조·중·동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가장 많이 보는 신문들이다. 그리고 위에서 얘기한 언론의 대변자로서의 기능을 생각할 때, 조·중·동은 우리 부모님들을 대변하고 있는 언론사들이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청춘과 열정을 먹고 자란 시대이다. 물론 지금 세상이 완벽하거나 이상적인 세상은 아니다. 그래도 부모님들이 살던 시대에 비하면 좋아진 것이 상당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자식들을 위해 고생한 부모님들을 대변하는 조·중·동을 우리는 좀 더 대범하고 관대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사고방식과 다르다고, 내 의견과 다르다고 무조건 욕하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세상의 모든 언론사가 내 대변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필요 이상의 흥분은 하지 말자. (← 이건 나 자신에게 하는 소리이다.)

 * 본 포스트에 인용된 사진의 저작권은 조선일보/chosun.com에 있습니다.

by 홍기맨 | 2008/02/08 16:13 | Life & Live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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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포립 at 2008/02/14 01:08
정말이지 저 리빙 포인트는...OTL
'음식이 심심할땐 소금을 넣으면 좋다'도 세트로 있었지요(..)
Commented by 홍기맨 at 2008/02/14 09:54
포립님>> 정말 황당 리빙 포인트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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