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주말 오후

 쉴 새 없이 내리는 눈과 살을 에는 듯한 영하 20도의 추위, 이에 더하여 체감온도를 영하 45도까지 떨어뜨리는 강풍에 이틀 동안 정신이 없었다.

 이제 마침내 지긋지긋하던 눈은 그쳤고, 기온도 다소 상승하여 어지러울 정도로 춥지는 않지만, 하늘은 여전히 잔뜩 찌푸린 채 이틀동안 시달린 이들의 마음을 풀어주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주말 오후이다.

 수공주는 심심한지 거실 바닥에서 몸을 비비 꼬며 한참동안 인간 애벌래 시연을 하더니 급기야 짜증을 내고 만다.

 마님의 채찍질과 닥달에 못 이겨 결국 일주일 간의 빨래를 낑낑대며 두 층 아래 있는 공공세탁장으로 날랐다. 영화 '시월애'를 보면 울적할 때 빨래를 하면 마음이 상쾌해진다고 하는데 영화는 결국 허구이다. 세탁기 6개를 점령하여 빨래를 하다보니 몸도 지치고 마음은 더 울적해져 답답하기만 하다.

 모든 것이 다 날씨 때문일 것이다.

 시카고의 겨울은 길고 우울하고 고달프다.

by 홍기맨 | 2008/02/03 14:02 | Life & Live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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