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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y season은 busy season인가 보다...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이 더욱 더 어렵게 느껴지는 시기이다.

 며칠 전에 DO형님, 션형님과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였다. DO형님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AT&T Corporate Building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베어물면서 이런 저런 잡담을 하다가 이야기는 최근의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이어지게 되었다.

 DO형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으로 미국 시중은행을 비롯하여 미국의 대형 금융권들이 작년 말까지 총 180억불 가량의 write-down을 했다고 해. 게다가 이러한 write-down이 앞으로 2분기 동안은 계속될 거라고 예측이 되는데... 나는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한가지 불만이 있어. 이런 write-down은 결국 회계적인 손실인데 이런 자산들이 애초부터 과대평가된 건 회계라는 것이 결국 현실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거지."

 DO형님은 리스크관리 분야 전문가이며 재무/금융 전문가 경력을 갖춘 분으로서 회계전문가는 아니기에 회계를 주업으로 삼고 있는 나나 션형님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이에 내가 대답을 했다.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회계가 리스크 관련 요소는 아직까지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도 최근 회계의 흐름이 공정가치 개념을 대폭 반영하는 등 현재를 최대한 잘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그러나 이 정도로는 고수이신 DO형님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아니, 근본적으로... 내가 그동안 다양한 기업들의 회계정보를 기반으로 일을 해오면서 느낀 것인데... 회계는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

 "예를 들어, 내가 개인 고객을 상대로 그가 투자한 회사의 회계실적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할 때 느낀 어려움이 많아. 당기순이익을 보여주면서 '이게 이 회사가 1년 동안 최종적으로 벌어들인 것입니다' 하면, 개인고객이 물어봐. '이만큼 현금이 들어온 건가요?' 그러면 나는 현금흐름표를 추가적으로 보여주면서 '아닙니다. 당기순이익은 회계적인 이익이고 실제로 영업활동을 통해서 벌어들인 현금은 이겁니다'라고 얘기를 하지. 그러면 개인고객이 이상해 해. 왜냐하면 당기순이익하고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하고 너무 차이가 크거든. 그러면 추가적으로 얘기를 해야 하지.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현금 외에 이 밑에 보시면 투자활동과 재무활동으로 인하여 들어온 돈이 또 있습니다' 그때부터 이 양반은 헷갈리는 거야. 게다가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액이 당기순이익하고 또 달라. 그러면 또 현금주의와 발생주의의 차이를 설명해야 하고...

 "어쨌거나 지금 회계는 우리 같은 일반 금융업 종사자들이나 일반 투자자들한테는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야. 당신들 같은 auditor들은 회계감사를 할 때 회사의 회계정보가 GAAP과 합치하는지만을 검증하는 것이지, 그러한 정보가 과연 회사의 실질적인 현실을 제대로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는 안 보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결국 GAAP이 잘 만들어져서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하고, 또한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점은 개선의 여지가 많은 듯 해."

 이에 소위 회계전문가를 자부하는 나와 션형님이 급기야 발끈했다. 먼저 내가 나섰다.

 "형님, 하지만 이러한 점을 이해를 하셔야 합니다. 오늘날 하나의 기업에는 수많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습니다. 회사에 투자한 일반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전문적인 기관투자자들도 있고, 기업을 끊임없이 분석하는 analysist들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당국, 즉 IRS도 있죠. 그리고 회사와 거래를 하는 공급자가 있는가 하면, 기업의 고객들도 있죠. 게다가 종업원에 임원에...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업의 재무적인 정보는 각기 이해관계자들마다 다르고 그 형태 또한 다양합니다. 하지만 회계는 이러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저마다의 형태를 각각 제공해줄 수도 없고, 제공할 필요도 없어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회계정보라는 것은 raw data인 것이지, 최종 결과물이 아닌 것입니다. 회사가 회계정보를 공시하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그 정보를 이용해서 각자 저마다의 목적에 맞게 가공하고 형태를 변형하고 해석해서 사용하라고 raw data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각자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시된 회계정보를 그대로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raw data의 검증 차원에서 회계감사를 받는 것이구요.

 "물론 회계에서도 공정가치라든지, 리스크를 계량화하여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회사가 공시한 회계정보 중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목적에 맞는 정보를 필터링한다든지, 각 line item 별로 차별화된 가중치를 적용한다든지 하여 자신이 더 사용하기 편한 정보롤 탈바꿈시키는 것은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이러한 갑작스런 논리에 DO형님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 듣고보니 수긍이 가는 것이다. 여기서 션형님이 쐐기를 박았다.

 "그래서 회계를 또 하나의 언어라고 하는 게 아닐까? 너도 학교 때 들어본 말이겠지만 회계학 교수들은 그 말을 즐겨 사용해. '회계는 언어다.' 결국 금융 또는 재무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회계가 그 분야에서 통용되는 언어라는 점을 이해하고 회계라는 언어를 사용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좀 해야돼. 회사가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가 곧 회계인데 그 회사를 상대로 돈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회사가 하는 말을 이해를 못하면 곤란하겠지."

 이에 DO형님은 깨달은 바가 크셨다.

 "아, 그렇구나. 그런 측면을 그동안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 회계가 언어라는 말은 물론 그전에도 수차 들었지만 그 말의 의미가 이제 이해가 되는구만. 오늘 좋은 거 배웠네."


 이런 대화를 하면서 결국 그날의 점심식사는 끝났었지만, 나도 나름대로 정리가 되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개념이 DO형님, 그리고 션형님과의 대화에서 나 스스로도 정리가 된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 회계는 언어인 것이다.

 사실 미국 와서 가장 놀랐던 것 중에 하나는 미국 회사 경영진들이 영업 내지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의사결정으로 인한 회계적인 영향이 하나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즉, 의사결정을 위한 자료에서 회사의 회계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게 한 부분을 차지하며 경영진의 토의 과정에서 비중있게 다뤄진다.

 이에 반해서 한국의 회사들은 아직도 회계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일단 의사결정해놓고, 이러한 결정이 회계에 미치는 영향은 전적으로 회계부서의 몫이다. 한국에서 일할 때, 회사의 임원들이 이미 결정한 투자안으로 인하여 회계적으로 회사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없겠냐고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문의해오는 회계담당자들을 여럿 보았다.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의사결정하기 전에 회계적인 효과가 다 분석되어 회계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 아예 결정을 않거나, 개선방안을 미리 찾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회계라는 것을 아직도 "돈 계산", 내지 "경리", "세무"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이다. 아무래도 근 몇십년간을 영업제일주의의 외형불리기에만 치중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이유는 오늘날 한국의 대부분의 최고경영진이 회계/재무적인 경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주로 영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승진을 거듭하여 최고경영진에 오른 분들이 절대 다수이며 이분들은 사실 상 회계에 관한 이해도 부족하고 별로 신경도 안 쓰기 때문이다.

 미국은 CFO 중 회계/재무/금융 경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회사의 고위관리자들 중 회계법인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일을 하다보면 회사의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하든, 회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전혀 없는 경우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오늘날 영업을 하고, 재무를 관리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금융을 다루는 데 있어서 반드시 이해하고 해석할 줄 아는 언어가 회계인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GAAP이 아직도 부족한 점은 많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많은 이들이 기본적인 언어인 회계를 이해하고 배우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by 홍기맨 | 2008/01/21 03:42 | About 'A'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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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생강 at 2008/01/21 23:26
글과 상관없는 덧글이긴 하지만..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이글루는 어디에 방명록이 있는지 모르겠네요.(아마도 없는듯?ㅎㅎ)
감기 조심하세요^^
Commented by 홍기맨 at 2008/01/21 23:50
생강님/ 우왓! 완전 실시간 댓글이네요... 좀 전에 님 이글루에 댓글 남겼었는데... 이글루는 방명록 없는 것이 좀 그렇지요. 대신에 덧글을 더 많이 쓰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어쨌거나 이글루 개설 축하드리고 앞으로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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