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신앙 - New Order (2)

 > 또 하나의 신앙 - New Order (1)에서 계속

 용돈을 쪼개서 쓰면서 저축한 결과 그 이듬해에 처음으로 New Order의 정품앨범을 살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다. 나의 첫 New Order 앨범 구매를 어떤 것으로 할 것인가로 무척이나 고민한 결과, 아무래도 처음이니만큼 New Order의 대표곡들을 많이 들을 수 있는 베스트 앨범이 좋겠다 하여 1987년에 발매됐던 그들의 첫 베스트 앨범인 Substance 1987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역시 가난한 고등학생이었던 나로서는 LP판은 꿈도 못 꾸고 보다 저렴한 카세트테이프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Substance 1987 베스트앨범은 New Order의 7년 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음반으로 1980년에서 1986년까지 발표했던 4개의 정규앨범 중 대표적인 곡들만을 골라서 묶은 앨범이다. 그런데 원래의 곡들을 단순히 가져와 그래도 담은 것이 아니라 1987년에 새로 리레코딩을 하면서 전자사운드을 상당 부분 보강하여 재편곡을 함으로써 기존의 원곡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앨범의 특징이다. 그리고 그전에는 발표된 바 없는 신곡 True Faith를 수록하고 있다. 이 앨범은 UK 앨범 차트에서 3위, 그리고 US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36위를 기록하였었다.

 * 본 포스트에 인용된 모든 사진 및 영상물의 저작권은 New Order에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 구매한 Substance 1987 또한 미친듯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록된 곡들이 모두 새로 편곡된 곡들이었지만 원곡을 들어본 적이 없던 나는 당시에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매우 강렬한 신디사이저 라인과 그 와중에서도 지속적으로 깔려있는 베이스 멜로디의 조화가 그냥 좋아서 듣고 듣고 또 들었던 것이다. 특히 신곡으로 수록되었던 True Faith는 당시 내가 인식하고 있던 New Order의 스타일을 100% 반영하고 있는 곡으로 강렬한 댄스비트 안에서 비장함과 우울함이 배어나오는 매우 독특한 곡이다. 또한 후렴구의 멜로디가 귀에 쉽게 익혀져 한두번 듣고나면 기억에 남게 되는 곡이다.



 이렇게 New Order를 알게된 지가 이제 거의 20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New Order의 음악은 나에게 많은 즐거움과 기쁨을 주었다. New Order의 음악은 어느새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이제는 내가 이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아닌지 따질 필요도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듣게 된다. 신기한 것은 수백번도 더 들었던 곡들이 지금도 들을 때마다 새삼 새롭고 즐겁다. 아직도 Perfect Kiss를 들을 때마다 새로운 멜로디 라인이 발견되고, Blue Monday를 들을 때마다 느낌이 새로우며, Subculture를 들을 때마다 가사의 의미가 새로 깨우쳐진다.

 현재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New Order의 음반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 TECHNIQUE: 복제판 카세트테이프로 처음 접했던 New Order의 앨범. 덕분에 가장 애착이 가는 앨범이기 때문인지 이후 LP판으로도 구입했고 CD로도 구입하여 소장하고 있다.

  • SUBSTANCE 1987: 처음으로 돈 주고 구입한 New Order의 앨범으로 카세트테이프로 소장하다가 나중에 CD 구입. CD 버전은 더블 CD로 구성되어 있으며 카세트테이프 버전 수록곡 전부가 첫번째 CD로 수록되어 있고 remix 버전들 및 추가적인 곡들이 두번째 CD에 수록되어 있다. 알찬 구성 덕분에 가격도 만만치 않아 구매 당시 눈물을 머금고 구입했던 기억이 있으나 현재 가장 아끼는 CD 중 하나이다.

  • MOVEMENT: Joy Division의 해체 이후 New Order로 재출발하면서 처음으로 발표된 앨범이다. 이 앨범의 수록곡에서 아직 New Order 특유의 스타일은 찾기 힘들며 Joy Division의 색깔이 많이 남아있다. 이 앨범은 특이하게도 반포 고속버스터미널 내의 조그만 모 레코드점에서 구입한 것인데 당시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서 이 앨범을 발견하고는 놀랐던 기억이 난다. CD를 계산하려고 계산대에 가져갔을 때 계산대의 여직원이 "이 CD는 도대체 장르가 뭐에요?"하고 물었던 것도 기억에 남았다.

  • LOW LIFE: New Order의 세번째 정규앨범. Perfect Kiss와 Subculture가 수록되어 있다. 현재 이 블로그 주소 중 elegia라는 단어는 이 앨범에 수록된 연주곡 Elegia에서 따온 것이다.

  • REPUBLIC: Technique 앨범 이후 4년 간의 공백을 깨고 발표한 6번째 앨범. 보다 어쿠스틱한 스타일로 특징되는 활동 후기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었다.

  • WORLD IN MOTION: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영국팀을 응원하기 위하여 제작한 싱글앨범. 당시 영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후렴구 합창과 New Order 최초의 랩이 포함되어 화재가 됐었다. New Order가 돈이 다 떨어져 월드컵 공식 주제곡 선정에 응모하기 위하여 이 곡을 만들었다는 소문도 있다.


 아직도 구매할 정규앨범과 베스트앨범이 몇 개 더 있다. 그런데 점점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이제 벌써 50대에 접어든 New Order 멤버들은 2005년에 발표된 정규앨범 Waiting for the Sirens' Call 이후 사실 상 그룹을 해체하고 각자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레코드점에서는 오래된 음반은 이미 구할 수가 없다.

 최근에 New Order의 전신인 Joy Division에 대한 재조명 프로젝트가 완결되었다. 디지털 복원된 정규앨범 전체와 미발표 싱글 및 라이브 공연 등이 하나로 묶인 박스세트가 발매되었고 Joy Division의 역사와 의미에 관한 자서전 격인 서적이 발표되었다. 최근 베이시스트 Peter Hook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러한 프로젝트가 현재 New Order에 대해서도 기획 단계에 있으나 멤버들 간의 관계가 원활치 못하여 보류 상태에 있다고 한다. 조만간 이러한 프로젝트가 조속히 진행되길 기대해본다.

by 홍기맨 | 2007/12/30 00:53 | 개인적인 음악史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elegia.egloos.com/tb/120850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또 하나의 신앙 - New.. at 2008/01/26 00:10

... 또 하나의 신앙 - New Order (2)</a> Substance 1987 베스트앨범은 New Order의 7년 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음반으로 1980년에서 1986년까지 발표했던 4개의 정규앨범 중 대표적인 곡들만을 골라서 묶은 앨범이다. 그런데 원래의 곡들을 단순히 가져와 그래도 담은 것이 아니라 1987년에 새로 &#8230; <a href="http://elegia.egloos.com/1208507">Source ... more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