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신앙 - New Order (1)

New Order라는 그룹을 처음 접했던 것은 80년대 말...

한국에서는 아직 시청하기가 힘들었던 MTV를 나는 독일에서 마음껏 시청할 수 있는 혜택을 받고 있던 시절이었다...

할일 없이 소파에 너브러져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게 MTV를 보고 있던 어느 오후...

그때 한창 주가를 날리던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의 선정적인 뮤지비디오들 틈새에서 New Order의 Blue Monday 비디오를 보게 되었던 것이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멍멍이가 반복해서 나오고 무슨 의미인지 모를 그림들이 정신없이 화면을 채우던 뮤직비디오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단순한 듯 하면서도 심오하고 쉽게 다가오는 멜로디의 곡 자체가 나름대로 인상이 깊었던 것...

가수 이름과 노래 이름을 재빨리 외우고는 나름대로 리서치를 시작하였으나... 인터넷이 전혀 없던 당시로서는 리서치가 그리 쉽지는 않았으니 그냥 기회될 때 레코드 가게 등을 가서 앨범 찾아보고, 음악 잡지 등에서 혹시 기사 나왔으면 함 읽어보고 하는 외에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즉 오늘날 같았으면 인터넷을 통해 단 몇시간 만에 걸쳐 얻을 수 있었을 정보를 당시에는 몇년에 걸쳐서 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본 포스트에 인용된 모든 사진 및 영상물의 저작권은 New Order에 있습니다.



그런데 New Order에 관한 정보는 이상하게도 더욱 더 얻기가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룹이 아니었던 게다...

게다가 용돈이라고는 하루 하루 연명하기도 힘들 정도로 받았던 가난한 중학생으로서는 정품 카세트테이프 하나 사기도 힘들었던 때... 그들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기도 힘들었던 것...

결국 나는 그들이 어쩌다 한번 MTV에 방송되었던 무명밴드라고 결론짓고 서서히 그들을 기억에서 지워 갔다...

그러다 2, 3년 후 미국에 1년간 교환학생으로 가있던 시절...

함께 스페인어 수업을 듣던 학생 중 Jessica라는 여자아이와 이야기한던 중에 우연히 그녀가 New Order 팬임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그룹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되어 반가웠던 것도 있었고, 그들이 미국 촌구석에서도 알려져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던 나는 Jessica에게 혹시 New Order의 앨범이 있는지 물어봤다... New Order의 " huge"한 팬임을 자처한 그녀의 대답은 황당하게도 New Order 앨범 달랑 한 가지, 그것도 카세트테이프로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기쁨에 그런 황당함은 별로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를 졸라서 카세트테이프의 복사를 뜰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좋아하는 그룹의 음악을 복사본으로 듣기 시작했냐고 비판하는 분 계실지 모르지만 당시 New Order 같은 그룹의 앨범을 정품으로 사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변명한다...)

졸라서 승낙은 받았으나 공테이프를 살 돈이 또 없었던 나는 마침 가지고 있던 또 다른 복사 테이프, A면에만 Blues Brothers OST가 복사돼 있던 테이프를 주면서 B면에 복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결국 그녀가 복사해준 테이프를 바로 워크맨에 장착하고 New Order의 음악을 제대로 듣기 시작했던 그때... 1990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날이 내 개인적인 음악사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큰 의미를 가지게 된 날이었던 것이다...

복사해준 테이프를 뭔지도 모르고 신나서 들었었으나, 당시 그녀가 복사해준 앨범은 나중에 알고 보니 New Order의 Technique 앨범...















Technique는 New Order의 다섯번째 정규앨범으로서 UK 앨범 차트 1위, US 빌보드 앨범 차트 32위까지 올랐던 앨범으로 New Order 특유의 전자사운드가 절정에 올랐던 전성기의 대표적인 앨범이다... 대표곡으로 Fine Time, Round & Round, Run 등이 있다... 특히 Round & Round는 내가 New Order에게 반하도록 만들었던 결정적인 곡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얻게 된 불법 복제 테이프를 정말로 미친듯이 밤낮으로 들었었다... 학교 등하교길과 수업간 이동 시, 심지어는 수업 중에도 틈만 나면 이어폰을 끼고 들었으며 밤에 잠이 들 때도 들었었다... (덕분에 A면에 녹음되어 있던 Blues Brothers OST도 덩달아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음악을 듣고 있지 않는 동안에는 쉴 새 없이 노래를 흥얼거렸고, 영어사전에 혹시 등록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에 찾아보기도 할 정도로 중독되어 있었던 듯 하다.

by 홍기맨 | 2007/12/16 10:28 | 개인적인 음악史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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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하나의 신앙 - New Order (1)에서 계속 용돈을 쪼개서 쓰면서 저축한 결과 그 이듬해에 처음으로 New Order의 정품앨범을 살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다. 나의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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